추파를 던지다
러닝머신 위를 삼십 분가량 전력질주 하고 난 후처럼 진땀이 난다. 한 사람을 맞이하고 떠나보내는 과정은 심장근육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것과 같다. 관계의 지속이 길고 짧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얼마나 열중해 마음을 주고받았느냐에 따라 상실의 갈피가 정해진다. 배롱나무 꽃이 색색의 꽃무덤을 만들며 떨어져 나무그늘 밑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속상함을 진정시키려 할수록 속내를 물들인 꽃무늬들의 잔상이 떨림을 빈번히 한다. 매번 가을의 시작이 이러했다. 차분히 맞이하려 애를 썼지만 착잡함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별이 많았던 계절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번 가을동안을 지내는 것도 상심의 시간일 확률이 높다. 잔물결이 바람에게 몸을 뒤집고 있는 섬진강 줄기를 따라 걸음을 놓아본다. 풀잎들이 강바람을 끌어안고 아랫배를 뒤척이며 추파를 던진다. 지나간 시간을 잊기 위해 멀리 갈 필요 없다고 한다. 억지로 지울 수 있을 만큼 만만한 인연은 본래 아니었을 것이라 한다. 두고두고 사라지고 있으니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한다. 다시 가을로 들어서야 하는 나는 잃을 만큼 잃어서 빼앗길 여분의 마음이 없다. 가져가려거든 채워놓지도 말라고 항변하고 싶다. 이대로 빈 곳이 많은 헐렁함이 좋으니 방관해 달라고 간청하고 싶다. 시작된 가을을 향해 최대한의 간절함을 담아 눈웃음을 친다. 추파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