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시
가을비 우산 속에서
가을에 내리는 비는 여러 날 오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하루 정도로는 깊어지려는 계절의 풍미를 내기가 아쉬울 겁니다.
소리마저 차분함을 유지하도록 쓸모를 다하며 일정함을 지속합니다.
동반하는 바람은 거칠지 않아서 나무와 나무 사이의 틈을
우산이 지나갈 수 있도록 여유롭게 개방해 줍니다.
오른 손목에 힘을 빼고 손바닥을 오므려 우산 손잡이에 올려놓습니다.
잘박거리는 빗물을 밟으며 가을 속으로 들어가는 채비를 하는 것입니다.
가을비 우산 속이야말로 뒤에 두고 온 시간의 이야기들과
앞서 있는 날을 채워야 할 줄거리들을 구상하며
나와의 대화를 시도하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이성을 내려놓고 우산살대를 자극하는
빗소리에 맞춰 조금 과하게 감상적이어도 좋습니다.
앞서가는 우산의 보조에 맞춰 무아지경으로 빠져드는
사색의 달콤함을 방해하는 전화벨은 무음으로 바꿔놓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세 날째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빗줄기는
서둘러 멈추지 않고 두 날을 더 예약해 놓았다고 합니다.
우산을 받쳐 들고 최대한 깊숙이 가을의 고즈넉함으로 들어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