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
나 같으면이라는 오류
'나 같으면' 이렇게 하겠다는 말에는 자신의 처지가 그와 같지 않다는 안도감이 포함되어 있다. 비슷한 경험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유사할 뿐 같은 상황은 아닐 것이다. 경험담을 가장한 우월감을 과시하고 싶은 것일 뿐이다. 타인의 곤경을 즐기는 사디스트로 보일 수 있다. 함부로 다른 이를 나와 동일시 취급하면 안 된다. 나는 제삼자다. 따라서 당사자와 같지 않아서 그와 같은 입장이 아니다. 참견이다. 곤란에 처한 사람은 각자의 해결방법을 찾아 실마리를 만들어가게 되어있다. 원하지 않는 조언을 할 필요는 없다. 자칫 잔인한 비아냥이 될 소지가 있다. 그가 하는 말과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여주면 된다. 이해하려 하거나 평가하려 하는 것은 나 같으면이라는 오류에 빠져 객관에 손상을 가한다.
나에게는 나의 방식이 있듯 그에게는 그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존중해야 한다. 나 같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아무도 나와 같지 않다. 내 생각은 내 생각이다. 내 생각에 따라 나의 삶의 방식이 결정되듯 그도 나처럼 그의 생각대로 살고 있다. 나 같으면이라는 방식이 옳은 방향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나였다면은 나에게만 한정시켜 두는 것이 좋다. 나의 사고체계에 다른 이가 개입하는 것이 달갑지 않듯 다른 이도 우쭐대듯 내가 나서는 것을 반길리 없다.
말의 시작마다 나 같으면, 나였다면 이라고 운을 떼는 사람을 보면 건방 떨지 말라고 한방 날려주고 싶다. '너 같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