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의 서막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십일월의 서막


어김없이 십일월은 다시 시작된다.

돌이킬 수 없거나 돌아갈 수 없다면

앞을 향해서 내처 가야 한다.

색색이 물이 오른 단풍잎을 주워 들고

나는 나에게 열려있는 길로만 진입한다.

한눈을 팔며 다른 길을 새롭다고 합리화하면서

매끄럽지 못한 생경한 경험을 일삼고 있도록

시간적 한가로움을 허락할 수가 없다.

가야 할 길을 가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시간은 소비의 미덕이라고 치장할 대상이 아니다.

쉬흔이 넘어서면서부터 색깔이 깊어진

십일월의 나뭇잎과 흡사한 삶이 되었다.

매년 십일월이 시작되는 첫날이 오면

살아온 날 뒤에서 그리고 살아가야 할 날 앞에서

나는 나에게 경건해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오늘의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