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시
쓸모의 볼모가 되지 않게
쓰임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자체가
이미 쓸모가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주목을 받지 못하고 방치된 돌멩이 하나도
여름을 푸르게 지켜내고 퇴색한 나뭇잎 한 장도
쓸모를 다했다고 평가절하해서는 안 됩니다.
한 가지의 쓰임을 다하면
다른 쓰임의 소명이 생겨납니다.
돌멩이들이 모여 바람을 막아줄 돌담을 이루고
낙엽들이 쌓여 가을의 평화로움을 만들어 냅니다.
어제까지의 나는 지나간 날들의 쓸모였습니다.
오늘부터의 나는 다가올 날들에게
예측 가능하지 못할 쓸모의 임무를 받았습니다.
쓰임을 다했다는 자책에 사로잡혀
존속을 위태롭게 하는 허무에 주눅이 드는
쓸모의 볼모가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쓸모의 본질은 계속해서 새로운 쓸모로
자가 탈피를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