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빛을 잃었다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푸른빛을 잃었다


왜, 한번 자리 잡은 슬픔은 반복하며 살아나는가!

잊었다고 잊고 있던 날들을 건너가고 있었다.

잊겠다고 약속한 날들도 함께 몸을 사리고 있었다.

그러나 잊었다는 착각이었고 잊겠다는 메아리였나 보다.


십이월과 십일월이 맞물림을 향해 가고 있다.

푸른 기억을 잊은 나무가 우두커니 바람을 옆으로 흘린다.

무성하게 세를 과시하던 나뭇잎을 결별한 모양새가

으스스해지는 날씨와 제법 조화를 이룬다.


되살아난 슬픔을 맞바람에 말리고 있는

내 몸뚱이처럼 건조하다.

십일월의 끝물 단풍처럼 땅거죽을 덮은 채 쉬고 싶다.

잊을만하면 살아나는 이별의 기억을 퇴색시키며

슬픔으로부터 전이된 멍자국의 푸른빛을 잃어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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