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시
겨울비의 퇴로
겨울비가 품고 내리는 고요를 영접하며
퇴로가 있는 시간을 살자며 낮게 한숨을 쉬었다.
전진의 길 위에만 선다는 것은 나를 학대하는 것이다.
물러섬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수록 여유가 생긴다.
보내주기로 했던 시간에서 벗어나자.
잡고 있기에는 이미 버거운 무게감에 눌리는 자학이다.
잊고 싶지만 잊혀지지 않는 시절을 놓아주는 것이
나를 관대하게 해주는 슬기로운 후퇴가 된다.
겨울비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
후미진 골목 커피숍에 앉아 식어가는 커피잔을 돌리며
유리창에 물길을 내고 흘러내리는 빗줄기를 본다.
빗물이 선택한 퇴로는 흘러내림인가 보다.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지,
어떤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지
이제는 애틋함을 빌미로 궁금해하지도 말자.
떠난 후에 연락을 끊어낸 이에게도 퇴로가 필요했을 것이다.
빗길이 내놓다 지우는 흔적처럼 지우기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