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다음은 눈
사흘을 연이어 오던 비가
한순간에 언제 그리 짓궂었냐는 듯 멎었다.
가만히 비에 몸을 내맡기던 나무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내며 흔들린다.
늦어가는 오후가 되면서
냉기를 풀풀 날리며 바람이 세차다.
저녁이 되면 눈발이 날릴 거라는 예고를 한다.
비 다음에 눈, 겨울다워질 모양이다.
제철에는 제철에 맞는 현상이 반갑다.
구석으로 밀려나 있던 두꺼운 외투를
옷장의 선두로 옮겨야겠다.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몸을 유지하려거든
움직임이 둔해짐을 감내해야 한다.
십이월의 중심에서야 겨울이 시작되고 있다.
달갑지 않았던 겨울비 다음은
다시 비가 아니라 눈이어서 다행이다.
겨울엔 겨울을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