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달리에서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종달리에서


차갑게 몰아치는 파도소리에

되려 마음은 뜨거워지는 것이었다.

속을 내보일 수가 없어서

바다가 불러오는 바람을 맞이하기를

감흥 없이 번번하게 했다.

바다가 좋다고, 파도의 울림으로

바다가 소리 내어 부른다고

네가 고백했을 때 이후로

바다에 오는 습관이 생겼다.

버려진 공병에 들었다 나가는 바닷소리,

종달리 돌담길 모퉁이에 머리를 내밀고

불 켜진 어선을 짓어대는

어린 강아지의 불안한 소리.

온갖 소리를 품고 있던 밤은

으슥함을 수평선 쪽으로 밀어내고

일출봉을 타고 내려온 바람은 마시다 놓아둔

술잔을 사정 봐주지 않고 흔들어 댔다.

파고가 높아질수록 포말이 더 눈부셨고

내가 품은 그리움은

가누지 못할 만큼 몸집을 불렸다.

속이 바닥나 완전하게 빌 때까지는

너의 바다였던 그 바다는 변하지 않고

나의 바다가 될 것이다.

파도와 소리가 분리되지 않는 한

너와 내가 따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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