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든 무처럼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바람 든 무처럼


겉보기만으로는 알 수 없는,

속이 비어 가고 궁극엔 썩어 문드러질

바람 든 무처럼 살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을 꼬리표처럼 달고

판로가 막혀 서리를 이고 있는

버려진 무밭을 물끄러미 둘러봤다.


밭고랑을 따라 누렇게 바랜 무잎들이

질서 없이 엉켜 스산한 겨울을 벼르고 있는 것처럼

황토가 달라붙어 무거워진 신발창을

쓰레기가 된 채 빛깔이 징발된 무청에 문지르며

나도 신경에 날이 서 있는 것이었다.


보여줄 수는 없으나 잦은 이별과

채워지지 않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 분출한 애간장의 독이 누적되어

세포와 세포 사이를 잇는 막에 틈을 냈을 것이다.


쪼개보면 흉하게 바람구멍이

온 신경에 나 있을 것이 틀림없으리라.

겉이 멀쩡하다고 속까지 그러리란

거짓된 단정은 하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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