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과 걍생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갓생과 걍생


살아온 날의 대부분이 채워지지 않을

부족함을 채우는 것이야말로 궁극의 목표점이었다.

갓생이 나를 이끌어가는 방향타였다.


스케줄표가 비는 날을 못 견뎌하며 살았다.

인생의 보푸라기 같은 한시도

게으름을 피우는 것은 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알았다.

강박적이었고 삶의 여백을 채우고 채우기만 했다.


이뤄지지 않으면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이라 우겼다.

치열했으나 치밀하지 못하였으므로

잦은 실패의 몫을 챙겨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걍생을 지향점으로 삼는다.

이런들, 저런들 나에게 나는 나이어야 한다.

이루지 못할 것으로부터 미련을 떼어낸다.

쓸모없는 허드레를 걷어내고 빈 공간을 넓힌다.


나에게 관대해지고 허점을 있는 대로 내보인다.

본래 그대로의 나를 그냥 살아가는 것이

나를 나답게 소모되어가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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