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겠습니다

새글 에세이시

by 새글

행복하겠습니다


봄이라기엔 아직이고 겨울이라기엔 애매한

2월 초순인대도 양지발라서 홍매가 선분홍빛

꽃을 피우는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지간히 봄을 빨리 영접할 수 있는 행복을

슬그머니 알아챌 수 있도록

비 아니면 햇살과 바람이 번갈아 임무를 교대합니다.

봄기운에 취하다 삶을 응원하려는 것인지,

고된 생활을 푸념하는 것인지 모를

짓궂은 덕담을 그만두고 술자리를 파하고 말았습니다.

손님이 줄어 생계가 버겁다는 대리운전기사님의

다정한 불평으로 취기를 달래며 귀가하는 늦은 밤,

오서 오시라고 강아지가 전화기 너머로 짖어대고

술조심, 차조심, 무엇보다 먼저 사람조심 하라고

코맹맹이 소리를 곱게 해주는 사람의 목소리가

통화음 소리보다 긴 꼬리여운을 더 남깁니다.

비밀번호를 잊지 않고 콧노래로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술기운을 따라 들어온 매화꽃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까짓 행복이란 있을 것, 없을 것

본래대로 받아들이며 요령껏 살고 있는 나를

억지스럽지 않게 줄곧 사랑해 주는 것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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