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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Jun 01. 2024

시간의 경계는 무뎌지지 않는다

새글 에세이시

시간의 경계는 무뎌지지 않는다


허물이 벗겨지듯 한꺼풀의 더깨마저도 

풀어낼 수 없는 것이 있다.

상처를 품고 있는 시간은 지나갔거니 하지만

두께가 옅어졌을 뿐 여전히 흔적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시간의 경계는 이처럼 무뎌지지 않는다.

기억에 파문처럼 번져서 동심원으로 남아있다.

그때의 이별이 슬펐냐고 물으면 각별했다고 하겠다.

아마, 눈처럼 매화꽃 향기가 바람결을 타고 날렸었나 보다.

겨울 동안 준비를 마치고 감행한 

이별을 떠올릴 때면 온통 매화꽃눈이 봄을 알리려고 

안달이난 흰나비처럼 나풀거린다.

아픔이 깃든 이별사가 눈물 추렴도 없이

이토록 아름다운 배경으로 아득해져 있다니 

애가 닳아야 할 역설의 아이러니다.

상처가 주어지려 하면 거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픔을 통제하는 비법이었기 때문이리라.

바람이 교묘하게 가슴안쪽에 회오리자국을 내던 

그날을 어찌 잊겠다고 장담하겠는가.

그리하여 나에게 새겨진 시간의 경계는 

매화가 지고 있는 3월의 어느 날에 붉은 흉터처럼 

완전하게 아물지 못한 채로 멈춰있다고 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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