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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Jun 03. 2024

마음개화

새글 에세이시

마음개화


습기를 품고 눅눅해진 바람이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한차례 궂은비가 왔다 가면 갈 듯 말 듯 애를 태웠던 겨울이 진득한 버팀을 마무리하고자 한답니다. 완연하게 밀려들고 있는 봄꽃의 기운에 자리를 넘겨줄 것을 약속했답니다. 땅끝 해남의 보해농원에는 매화나무 아래서 만개한 별꽃이 매화꽃의 개화를 재촉하고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 때를 앞질러 이끌어야 뒤따르는 이가 순서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역량대로 나아가는 것이 순탄해지는 법입니다. 방풍림의 역할에 충직한 동백나무 울타리가 해풍을 막아내면서도 본성을 거부하지 못하고 꽃망울을 터뜨리며 붉어졌을 겁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이으며 봄까치꽃과 광대나물꽃이 무성하리가 짐작됩니다. 풀꽃들이 먼저 피어서 땅기운을 끌어올린다고 잔망스럽고 어수선하다고 탓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때를 알고 본능에 충실해야 강인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나에게도 소식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의욕이 꺾여서 하지 못한 일보다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나태지옥에서 빠져나갈 때가 도래했다고. 웅크림에 굳어있는 마음관절을 풀고 몸의 기운을 단전에서 불러내 온몸으로 일주천 시켜야 한다고. 그리하여 마음개화를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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