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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Jun 03. 2024

여전한 속도에 대하여

새글 에세이시

여전한 속도에 대하여


오늘은 조금 느긋하게 울었습니다.

항상 조급하게 비치던 눈물이 오늘따라 나지 않아서

한참 동안 눈을 비벼야 했습니다.

오래된 작별은 점점 리감이 없어져서

아픔과 동반할 슬픔의  사이를 놓치나 봅니다.

왼쪽 눈자위에 붉은 반점이 자랄수록

반대편 눈동자에 물 그림자를 품어내는 웅덩이 같이 

반영이 선명한 흉터처럼 자리를 잡았습니다.

무작정 기억을 따라가다가 다리가 저려 

주저앉은 담벼락 밑으로

따가운 햇발이 추억보다 먼저 와있었습니다.

햇살이 미간골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그래서 서둘지 않고 묵은 그리움의 보따리 매듭을

사부작거리며 풀어놓아도 괜찮겠다고 마음이 헤퍼집니다.

오늘만큼 내일도 급하지 않게 같은 속도를

유지한 채 그리움을 조절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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