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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Jun 04. 2024

이별을 구성하고 있는 단상들

새글 에세이시

이별을 구성하고 있는 단상들        


Part1

찬연하게 빛을 굴절시킵니다. 꽃들은 빛을 품을 줄을 알고 있습니다. 품었다 어떻게 내놓아야 할지도 압니다. 사람만 빛 속에 갇혀버리거나 빛으로부터 숨습니다. 무리 져 피는 꽃은 절박한 것입니다. 별처럼 빛나고 싶은 거겠지요. 바라본다는 행위에는 나를 좀 더 너그럽게 대해주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나에게 불편하면 무엇도 진심으로 대하지 못하게 됩니다. 빛을 끌어들여 색깔을 선명하게 발산하는 여뀌를 보면서 나를 제대로 바라봐주어야겠다는 인사를 나에게 합니다. 모질게 굴었던 시간들을 반성합니다. 나에게 나는 가장 소중할 텐데.    


Part2

숭숭 구멍이 뚫렸습니다.

당신을 보내기 위해 일부러 만들어 놓은 통로입니다.

그곳으로 얼른 빠져나가세요. 

하루를 꾸려 편지함에 넣습니다.

어찌나 아련해지던지, 짧아서 더 애간장 타 더이다.

그대의 하루는 어땠나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그렇게 흔들거리기만 해도, 

나는 이렇게 쓸쓸해졌어요.    


Part3

한동안 기다림도 그윽이 기울어지고 해는 반짝임을 감춥니다.

어느 완강한 가을 오후였겠지요.

그대가 불현듯 내게 와있음을 알게 된 그 가을처럼.

죽도록 사랑했으나 사랑은 끝나기도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Part4

서늘함이 몸서리를 불러옵니다. 구름은 잠시도 이동을 쉬지 않네요. 바삐 가야 할 곳이 있겠지요. 기다리는 무엇인가에게 가야 할 겁니다. 얼른 가서 그 품에 안겨 쉬고 싶을 것이지요. 나도 그렇습니다. 멈추지 못하는 것, 부르르 몸 떨어내고 가야 할 데가 있기 때문이랍니다. 마음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틈으로 거칠게 가을이 와 버렸습니다. 타박거리며 묵언 같이 의도가 없었던 길을 걸었습니다. 나에게 손 내밀어 꼭 손가락을 걸어봅니다. 거친 바람처럼 왔다가 지나쳐갈 삶을 나는 포개고 있습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길가상에 섭니다. 황화코스모스가 바람에 춤을 춥니다. 서로의 낯을 비비며 부비부비 뜨겁게 춤을 추고 있습니다. 한참을 춤 구경을 하다가 어느새 가슴 뜨거워져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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