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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Mar 12. 2024

환절통

새글 에세이시

환절통


불규칙한 온도에 민감해진 피부가

살짝 쓸리기만 해도 통증이 느껴진다.

봄을 알려주는 신호 치고는 꽤나 불길하다.

마른 줄 알았던 화분에 잔뜩 물을 주었지만 

받아들이는 양보다 흘려보내는 물이 많아 

물받이가 미처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경우를 경험한다. 

잉여의 물이 거실마루를 흙탕물로  더럽히듯

시들시들한 척하는 잎에 속기도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계절과 계절을 잇는 기운의 충돌이

타협을 보지 못한 채 서로의 영역 싸움을

몸에서 벌이고 있어 힘이 제어되지 않는다.

환절통은 그래서 느껴지는 고통의 강도가 세다.

나가려 하지 않는 겨울과 밀고 들어오려는 봄이

내 몸을 두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치중이다.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아파야 한다.

피부와 근육에 가해지는 압박을 견뎌내야 한다.

마음을 열어 새로운 기운을 받아들이는

성가신 곤욕을 치러내기 위한 기초단계일 뿐이다.

통증이 깊을수록 계절교체가 원활하다는

몸속의 언어가 환절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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