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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Mar 15. 2024

장탈이 났습니다

새글 에세이시

장탈이 났습니다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입니다.

몸상태가 기운이 없고 찜찜하다면 

틀림없이 마음에 근심이 깃들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장에 탈이 나서 밤새 화장실을 들락이며

아려오는 아랫배를 통제해 보려 애를 썼습니다.

맘먹고 먹은 제철 도다리회가 잘못되었는지,

기분을 내보려고 업무마찰로 실랑이를 벌이던 

직장동료와 가볍게 몇 잔 마신 막걸리가 상했는지

의심을 하지만 딱히 짚이는 원인이 없습니다.

예년보다 일찍 꽃이 핀다는 소식은 

해마다 이상기후의 변덕이 심해지고 있다는 

반갑지 않은 현상이 되었습니다.

개화가 앞당겨지는 만큼 낙화도 빨라져서

열매 맺기가 정상적이지 않게 되고 말았습니다.

순리가 헝클어지면 유지해야 할 궤도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기 마련입니다.

지키기에 탈이난 인연들이 봄바람을 타고

어른거려서 며칠 동안 어수선했습니다.

기필코 봄은 이렇게 흔적을 새겨놓고 싶었나 봅니다.

담고 있어야 마음방황만 심해지는 어긋난 인연들은 

시원하게 게워내라고 장탈이 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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