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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Mar 19. 2024

사진 한 장

새글 에세이시

사진 한 장


입꼬리를 내린 채 먼 곳을 바라보며 엉거주춤하게

벽에 기대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서랍정리를 하다 거친 시멘트 벽돌 틈새에 

고깔제비꽃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원시적인 배경은 흐릿하고 

테두리 색깔마저 바래있는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바람의 결을 따라 오가고 있는 시간의 질감이 

담겨있는 것처럼 표정이 미심쩍은 사진이었다.

수상한 가슴과 엉킨 머릿속을 헤집으며

나는 나를 찾기 위한 궁리에 몰입되어 있었을 것이다.

애써 생각해 낸 그때에는 멈춰있으면 뜬금없이 

가냘파지려 하는 의식의 흐름이 거추장스러웠었다.

숨이 목에 걸려 내뱉어지지 않는 날들은 

학질처럼 내면의 기운을 마비시키고 뺐어갔었다.

나에게 길을 열어주어야 했다.

막힌 벽을 허물고 광야로 달려가도록 돌파구를 내주어야 했다.

의욕을 들끓게 하려는 생각에 빠져 침체된 마음에 

풀무질을 하고 있는 나를 나는 믿어주고 싶었던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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