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시
말을 가린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을 하면 탈이 난다.
머리에서 한번 걸러서 의미를 정열 시킨 다음에
가슴에서 단어의 울림을 정화시키고 나서야
혀와 입술을 조심스럽게 움직여 내놓는
말이 말 같아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입을 벗어나 소리가 되어 나아간 나의 말은
밖으로 나가자마자 나의 말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말하기를 심하게 가린다.
그렇다고 듣기에 좋은 말만 하려 하지는 않는다.
귀에 들어가 쓴말이 될지라도 해야 할 말은 하고야 만다.
그래서 조심하고 세심하게 단어를 가리고
들어야 할 이의 영혼이 공명할 수 있도록
억양을 맞추려 애를 쓴다.
커피 한잔 하자는 말에는
너를 알고 싶어 내 시간을 주겠다는 속뜻이 담겨있다.
밥 한 끼 먹자는 말에는
서로의 마음을 드러내 보자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술 한잔 마시자는 말에는
속내를 털어놓아도 좋겠다는 믿음이 깃들어있다.
평범한 한마디에도 이처럼 나는 의미를 숨겨두고 말을 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