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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Mar 20. 2024

바람이 쎄다한들

새글 에세이시

바람이 쎄다한들


그러려니 해야 한다, 계절과 계절의 골짜기를 연결하려는 바람은 급류가 흐르는 것과 같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봄바람이 세게 분다. 강풍주의보가 하루 걸러 발령 중이다. 잦은 비를 동반하는 짓궂은 바람이 반가울 리 없다. 하지만 바람은 지나가고야 만다. 머물지 않는다. 미세먼지를 몰아가고 황사도 데리고 간다. 떠나기를 지체하고 있는 겨울의 끝자락을 그렇게 떠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 힘을 주어 불고 있다. 나뭇가지를 흔들어 싹을 틔우라고, 꽃망울을 터뜨리라고 재촉을 한다. 겨울과 봄 사이 바람은 임무에 충직하기 위해서 강해진 것이다. 늘어진 가지를 세차게 흔들고 있는 수양버들 아래에서 정체되어 있던 가슴속의 바램이 회오리를 친다. "세게 흔들릴수록 풍성하게 새싹을 키워내 놓는 버들가지처럼 지치지 않기를 바래. 바람이 쎄다한들 지나가는 고난일 뿐이지. 간절함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만날 사람은 만나지게 되어있고 갈라졌던 틈에도 새살이 돋아 메꿔져 갈 거야. 다만, 상처를 덮어줄 딱지를 떼지 않고 아물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몫의 인내를 묵인할 수 있어야겠지. 가슴을 빠져나온 속바람이 소매를 부풀리며 굳세지라고 마음특보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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