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들의 떼창을 들어줄만한 이유
새글 에세이시
개구리들의 떼창을 들어줄만한 이유
소란한 개구리들의 떼창 소리가 잠을 깨운다.
며칠째 결린 목의 불편감을 참지 못했다는 핑계를
제철을 놓칠세라 울어대는 개구리들의
경박스러운 구애행위에 가져다 맞추는 것이다.
소음에 촉박해진 시침이 새벽 세시가 조금 넘는 지점에 있다.
어둠이 지배하고 있는 세상에 오직 개구리 수놈들의
방정맞아서 역설적이게도 경쾌한 소리만 가득하다.
날이 밝으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것처럼
나에게도 아침을 개운한 상태로 시작하려면 잠이 한두 시간 더 필요한데,
논과 수풀 사이에서 시간 개념 없이 저지르고 있는
발정 난 개구리들의 사랑놀음에 하루의 시작이 시의적절하지 못하다.
새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개구리들의
성(性 )스러운 소리가 에로틱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종족번식을 위하여 교태부리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생명의식의 현장을 생생히 직관하면서 새벽어둠과 공명하는 것도
오늘의 내가 게으름 부리지 않고 바지런하게 살아있음을
내편으로 당겨오는 행복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