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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May 15. 2024

오늘의 선택

새글 에세이시

오늘의 선택


시속 50킬로라는 바람의 세기는

온몸으로 느끼기 전까지는 실감 나지 않았다.

해안가는 70킬로를 상회한다는 속도는

짐작하기도 끔찍하다.


영근 보릿대가 바람에 꺾이고

무리를 벗어나 핀 논두렁에 해당화는 바다가 그립다.

저수지를 횡단한 왜가리가 맞바람에

버드나무 밑으로 스며든다.


이런 풍경 속에서도 나는 그냥 오늘이 좋을 뿐이다.

변명이 변화로 연결되고 있다는 억지스러움에도

진심은 끝까지 죽지 않을 거라고 믿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볼 수 있는 거리가 가까운 사람의 

어깨가 닿는 이 순간이 기꺼울 뿐이다.


변덕이 기승을 부리는 날씨처럼 

지금을 믿지 못하겠다는 너의 불안에 깃든 

고지식한 자세가 더 믿음직스럽다.

그래서 세계의 종말이 오늘이라 하더라도

나는 사랑의 순작용을 떠받들 참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무슨 생각들의 충돌이 있을지라도

나의 시간은 오로지 너에게만 지나쳐가는 속력에 

상관없이 열려있음을 의심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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