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변의 서
비가 거슬리게 온종일 오고 있어도 변함없다.
하루를 이틀이나 되는 듯이 팍팍하게 걸어야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네가 있는 곳이면 어디나,
눈앞에 보이든 보이지 않는다 할지라도
모든 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이기 때문이다.
기이한 풍경을 보러 가는 여행지에서
길게 늘어선 줄이 줄어들지 않고
질서 없이 끼어들기로 늘어나기만 할 때에도
앞선 사람들은 딴청으로 지체를 하고
뒤에선 성급한 목소리로 등을 밀쳐대도
기분이 망가질 만큼 짜증나지가 않는다.
네가 손을 나에게 맡기고 옆에 나란히 서서
헤실헤실 행복하게 웃고 있기 때문이다.
나에겐 나를 위해서 지키고 감싸야할 최우선이
너라는 역설적인 사실은 살아갈수록
숭고해지는 불변의 판결문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