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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Jun 25. 2024

감정청소

새글 에세이시

감정청소


요즘 최첨단 청소기는 날렵하고 가볍다.

모기가 웽웽거리는 소리만큼 소음도 작다.

무선이라 구석구석 밀고 다니기 보통 편한 게 아니다.

소파나 침대밑으로도 스멀스멀 기어들어간다.

물걸레질을 한 것처럼 지나간 자리가 말끔하다.


기분이 어수선하면 여지없이 나는 청소기 파워버튼을 누른다.

단계를 올리며 흩어져 있는 머리카락은 물론

숨어서 버티고 있는 먼지를 바닥으로부터 빨아들인다.

오염된 마음을 청소기로 정화시키는 것이다.


다가오고 있으나 아직은 체감되지 않는 괜한 걱정들을 

밀어서 한꺼번에 버리기 편하도록 모아놓는다.

방치하면 덩어리가 져 풀리지 않을 감정의 찌꺼기들이 

고체화가 되기 전에 체내에서 분리시켜야 한다.


가슴을 막히게 하는 울화가 쌓이거나

풀어내기 민망한 앙심이 송곳처럼 머릿속에서 돌출될 때에는

청소만큼 깨끗한 화풀이가 없다.

청소기를 따라 몸을 놀리며 나는 감정쓰레기를 청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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