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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Jun 25. 2024

자귀나무 꽃 아래서

새글 에세이시

자귀나무 꽃 아래서


세월이란 앞으로만 가는 불변성이 밉상이다.

좋거나 나쁘거나 지워지지 않고 저장되기만 한다.

잊기 위해 노력하다 마음이 상하고

지키려고 애쓰다가 부질없는 허무함에 빠져든다.

물리력을 동원해서도 뒤로 물릴 수가 없다.

다만, 사람의 기억을 돌려세워 회수할 수 있을 뿐이다.

장맛비가 간헐적으로 내리는 유월 하순에

이미 자귀나무 꽃이 절정이다.

바늘귀 같은 꽃잎을 나풀거리며 

위태롭게 장대비와 땡볕의 사이를 줄타기한다.

무수한 잎이 비가림과 빛가림의 자리를 내어준다.

촘촘한 거리를 유지한 채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자귀나무 꽃 아래에서 손우산과 손그늘을 번갈아 세우며 

변덕이 심한 장마의 시간에 맞선다.

눈치 보지 않고 직진 중인 세월의 무등을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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