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시
감정 달인
세월을 쌓아온 이력이 깊어질수록 감정표현이 서툴러진다. 나이만큼 제약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감정절제를 한다는 질 좋은 이유를 들지만 사실은 겁이 나는 것이다. 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멀어질까 봐, 스스로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발설해 놓고 자괴감으로 살아내야 할 앞날이 흔들릴까 봐, 간혹 무시당하거나 배척당해 소외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기도 한다. 그리하여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를 꺼리게 된다. 삶의 경험이 축적될수록 사려가 깊어지고 있다는 말로 미화를 시키지만 실상은 소극적인 감정의 위축상태로 스스로를 밀착시키는 것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나이를 말아먹었다는 뼈아픈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말수를 줄이는 것이 좋다. 말에는 감정이 고스란히 담기기 마련이다. 말이 길어지면 숨기고 있어야 할 자기만의 감정이 섞여 나올 수밖에 없다. 다소 정제되지 않은 상태로 튀어나오는 거친 말이 나이를 단순한 숫자로 치부되게 만든다. 하루하루를 마찰 없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감정을 조절하는 달인이 되어야 한다. 오늘보다는 내일을 위해서 표현을 에둘러해야 신간이 편해진다. 직설적인 감정의 표출은 앞날을 외롭게 살아내야 할 위험에 처하게 한다. 나이가 들어서 서러운 것이 아니다. 나이만큼 감정소유를 못하고 쓸모없이 소비해서 신세가 서러워지는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주변인들과 잘 어우러져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상처가 될 감정표현은 애초에 입 밖으로 배설하지 않는 것이 상책 중 상책이다. 반대로 나에게 상처가 될 말들에는 귀를 막고 마음의 깔때기로 걸러낼 줄 알아야 한다. 세월을 안전하게 쌓아가기 위해서는 가슴으로 사는 것보다 날이 갈수록 퇴화되는 뇌를 최대한 굴리면서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