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재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글 Sep 30. 2024

파김치 담그기

새글 에세이시

파김치 담그기


난생처음으로 김치를 담가보기로 했다.

이것은 무모하지 않은 생활을 위한 도전이다.

작게 생각되는 일일수록 시도해 보는 맛이 짜릿하다.

해보지 않은 것이지 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옹기종기 앉아서 쪽파를 정성 들여 까고 있는 

노친네들의 무리에 다가가서 멈칫거리며 말을 건넸다.

"팔려고 까고 있지요? 한단만 사고 싶은데......"

깐파를 받아서 봉지에 들고 걷는 발걸음이 어색하기는 하다.

시장 보는 남자가 흔한 요즘인데 막상 '나'라니. 

마주치나 지나치는 시선들이 부담스럽다.

우산매일시장엘 거쳐가면서 양념거리들도 마저 산다.

홍고추와 청양고추 그리고 마늘과 생강.

풀죽을 쑬 찹쌀도 조금, 새우젓갈, 멸치액젓, 매실엑기스.

재료들이 들어찬 시장바구니가 제법 힘을 쓰게 만든다.

씻고 헹구고 김치 담그기를 위해 장만한 학독에 갈고 섞고 

매운 고춧가루를 용기에 붓다가 눈물이 찔금 난다.

준비한 양념에 깔끔하게 손질된 파를 휘적휘적 버무려낸다.

알싸한 매운맛이 그럴듯하다.

내가 살아온 삶도 이랬다.

맵고 짜지만 잘 섞어놓으니 끝맛이 감칠맛이 난다.

다음엔 고구마대 김치에 도전할까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느리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