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시
시월을 드립니다
가을이 길지 않아서 아쉽다고 말이 짧아진 사람들에게
위안 삼아 시월을 통으로 드립니다.
길어진 여름과 겨울의 틈에 끼어서
가을이 왜소해진 폭으로 역할이 볼품없어졌다고 시달립니다.
그러나 계절에 맞도록 일어나야 할 일들은 일어서고
줄어들거나 성숙이 완결되지 못했을지라도
단맛이 들어가고 있는 결실은 맺어지고 있습니다.
기대에 차지는 않겠지만 시월은 가을의 절정입니다.
불평 대신에 와 있는 대로의 기시감을 느껴보라고
영글기 시작한 시월을 보내드릴 테니
양에 차진 않으시겠지만 단맛이 들기를 바랍니다.
뭐니 뭐니 해도 시절의 고비는
누리고자 하는 사람의 몫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