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시
이로운 생이었기를
찬기운에 노출되는 시절을 반복해 겪을수록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이들의 가을이 아프다.
단풍이 들듯 몸속에도 가을이 드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명목의 굴레로 혹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위해서는 해준 게 없는 이들이 유독 가을을 탄다.
다리근육이 퇴화되어 걷기가 불편하다거나
가슴에 바람이 들어 숨쉬기가 춥다거나
외로움이 깊숙이 스며드는 이유를 저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를 알아주는 이들에게 지나간 추억으로
자리를 잡아야 할 때 이로운 생이었기를 소원한다.
주고받음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고 기억해 주었으면.
저절로 한 폭의 미소가 지어지는 인물화로 그려지기를.
나에게나 그들에게나 앞서있는 날에는
아픔이 헐거워지는 가을이 남아있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