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글 에세이시
끝물에 대하여
가을이 끝물이라며 꽃이 보고 싶다고 울상인
너의 오른손을 잡고 노을이 지기 시작할 즈음에
진종일 붙들려있던 방바닥에서 엉덩이를 뗐지.
버들마편초가 절정을 마무리하고 있는
강변둔치에 도착해서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손바닥 땀이 베인 손을 놓고 왼쪽 손으로 바꿔 잡으며
짙어지는 노을을 향해 서서 눈시울을 붉히고야 말았어.
꽃이 아무리 예뻐도 너에게는 비할 수가 없다고
쑥스럽게 말하는 짧은 동안 티끌이 눈에 들어갔나 봐.
코스모스와 어울려있는 좁은잎해바라기 꽃이
샛노랗게 노을보다 황홀해서 맥박이 휴면에 들어간 듯했지.
끝을 향해 갈수록 아름다움은 극에 다다르나 봐.
노을 끝의 채색이 짙어질수록 어둠과 이어지듯,
꽃이 지기 시작할 때 색깔을 강인하게 빛내듯이
황혼으로 들어가고 있는 시간이 생의 절경인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