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둠수첩 - 붙이고 그리고 쓰고 찍어라!
앞서 보여드린 몰스킨과 포스트잇은 아날로그 메모의 기본이자 시작점입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책상과 벽, 가방에 있는 메모지, A4 용지 인쇄물, 다양한 크기의 노트 등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종이 문서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까요?
포스트잇과 몰스킨은 각각 하나의 레이아웃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좀 더 작은 크기의 포스트잇은 하나의 메모지에 하나의 내용을 담아 생각의 시작점으로 삼을 수 있으며, 누군가에 쪽지를 전해주는 메신저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메모지에 많은 내용을 담으려 하는 것보다 하나의 생각을 담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을 그대로 몰스킨에 부착하여 아웃라이너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확장된 생각을 토대로 디지털 문서의 초안을 만들거나 프로젝트 기획을 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내실 때, 회의를 하실 때, 기획안을 작성하실 때 컴퓨터를 켜고 워드, 프레젠테이션 도구를 바로 열어 빈 공간을 바라보며 작성하지 마시고, 이렇게 초안의 개념을 만들어 생각을 확장하여 문서를 만드시는 것이 훨씬 시간 절약이 되며 결과물을 완성도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번에는 좀 더 확장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종이가 넘쳐납니다. 메모패드, 포스트잇, 영수증, 편지, 쪽지, A4 문서, 사진, 잡지 스크랩, 신문 스크랩, 티켓, 물건 라벨, 스티커, 전단지 등 정말 많은 종이들이 넘쳐 납니다. 이러한 모든 종이를 본인이 직접 작성한 메모지처럼 또 하나의 ‘메모지’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면지처럼 재활용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_^ 각 종이에는 다양한 정보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종이를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노트에 붙이는 것입니다. 단권화 전략을 하는 것이고 저는 이것을 ‘모둠수첩’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보관이 용이하지 않은 종이도 있고, 이것을 보관해야 할지 버려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종이도 있습니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여야 합니다. 그냥 모두 붙이면 됩니다. 그러면 그 종이들은 노트의 한쪽 귀퉁이 또는 한쪽 면에서 새로운 정보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각 종이들은 다음과 같은 정보들을 담고 있습니다.
일단 붙여라!
메모패드는 이면지를 잘라서 사용할 수도 있고, 로디아 메모패드 같은 제품을 구입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메모패드는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생각과 아이디어의 근원점입니다. 물건 구매 리스트로 사용될 수도 있고, to do 리스트로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이런 일상생활의 정보들은 반복적이며 매번 비슷한 내용이지만 새롭게 메모를 합니다. 과거의 메모지를 모으면 미래의 메모에 대해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개인화된 정보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데이터는 꼭 하드 드라이브에만 저장되어 있는 아닙니다. 데이터는 저장보다 활용에 중점을 두는 것이 맞습니다. 백업하지 못해 날려버린 데이터는 슬프지만, 인연이 없는 데이터입니다.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새로운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 옳은 방법입니다. 속도가 빠른 메모지 기록은 우리의 삶이며 이것을 부착하는 행위는 개인의 역사가 됩니다. 단 한 장도 버리면 안 됩니다. 부착이 힘드시면 평상시에 쓰신 메모지를 직장이나 집의 책상 아래에 상자를 두어 그곳에 던져 넣어도 좋습니다. 시간이 흘러 상자 속에 메모지를 훑어보시면 독특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문제의 해결점도 찾을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제작자 우디 앨런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영화 시나리오를 만들었습니다. 진정한 ‘리얼 드랍박스’인 셈인 것이죠.
포스트잇은 주로 직장에서 소통의 도구로 많이 활용이 됩니다. 전화 수신을 기록하여 타인에게 전달하거나 개인에게 공지를 전달할 때 많이 사용합니다. 물론 다른 사람을 놀릴 때 등짝에 붙이기도 합니다. ㅎㅎㅎ 누군가에게 받은 전화번호 메모는 그 날 업무의 타임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업무노트에 포스트잇을 해당 날짜 페이지에 붙이면 주로 어떤 일들이 자주 벌어지고, 어떤 시간대에 업무가 몰리고, 사건 사고가 어떻게 해결되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사용이 완료되었다고, 같은 내용을 다른 곳에 옮겼다고 그냥 구겨서 버리지 마시고 업무 정보를 수집하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영수증에는 구매 정보와 더불어 장소와 날짜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본인의 구매 이력을 그대로 가계부 개념으로 모아두셔도 좋고, 누군가와의 만남, 미팅을 정리하실 때 영수증을 왼쪽에 부착하여 기재하시면, 후에 그 내용을 보실 때 신기하게도 적힌 내용 외에 그 사람이 했던 말까지도 기억이 날 때가 있습니다. 장소에 대한 기억이 추가되어 뇌가 활발히 움직이는 것입니다. AEIOU(Activities, Environment, Interaction, Objects, Users) 정보가 한꺼번에 기록이 되고 거기에 추가 기억까지 생깁니다. 또한 영수증은 구매한 제품에 대한 교환, 환불 처리 시에 꼭 필요한 첨부 자료입니다. 교환, 환불을 위해 어디에 두었는지 힘겹게 찾은 기억은 누구에게나 한 번 이상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여러분이 늘 매일 하는 말, ‘저기, 영수증은 버려주세요.’의 그 ‘영수증’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영수증은 오늘부터 모둠수첩에 부착해 봅시다.
받은 편지나 쪽지는 모둠수첩에 부착해서 추억으로 남겨두시면 됩니다. 디지털 메신저를 많이 사용하지만, 뜻깊은 날에는 좋아하는 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나 쪽지를 주기도 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받은 편지나 쪽지는 내가 언제라도 확인할 수 있지만, 보낸 편지와 쪽지는 ‘보여달라’고 하지 않는 한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나중엔 내가 무슨 말을 썼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런 순간에 대비하여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장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편지와 쪽지를 보내기 전에 사진을 찍어 노트 어플에 저장을 합니다. 그리고 받은 편지와 쪽지, 보낸 편지와 쪽지를 한 노트북에 저장하면 자연스럽게 메시지 대화 타임라인을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보낸 편지와 쪽지를 잘 보관하면 다음 편지, 쪽지를 쓸 때 상당히 유용합니다. ‘내가 그때 이런 말 했었잖아…’ 당신의 디테일에 상대방은 감동할 것입니다.
제일 흔한 것은 직장의 문서입니다. 직장의 문서는 당연히 잘 보관하여 사용하시고, 꼭 원본 파일을 클라우드 또는 드라이브에 업로드하거나, 중요한 종이 문서는 스캔하여 백업해 놓으시길 바랍니다. 그밖에 종이 문서로는 차량 점검 확인 문서, 제품 설명서, 온라인 주문 내역서 등과 같은 확인용 문서가 있으며, 개인의 중요 문서로는 집 계약서 및 각종 계약서, 채권, 증권, 보험 증권, 개인 증빙 서류 등이 있습니다. 확인용 문서는 모둠수첩에 부착한 뒤 스캔하여 저장해 놓습니다. 이렇게 하면 차량 점검 확인 문서는 차계부 개념으로 다음 점검 시 참고하실 수 있으며, 제품 설명서는 위급 시에 검색하여 작동 방법이나 보증 기간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중요 문서는 반드시 파일로 별도 보관하시되, 자주 보는 문서는 클라우드에 별도로 저장을 하여 이동시에 확인할 수 있도록 데이터 정리를 해두시면 좋습니다.
품질은 아직까지 기존 필름 카메라 사진 인화물의 완성도를 연출하기는 힘들지만, 사진 인화 프린터가 주변에 많이 보입니다. 사진이라는 것이 희로애락의 순간을 포착하여 기억과 추억으로 남기고 누군가와 공유하는 매개체인데, 어찌 된 영문인지 우리의 많은 사진들은 대부분 스마트폰과 하드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디지털 사진에 날개를 달아줄 때입니다. SNS에서 공유도 하고, 클라우드에 앨범도 만들고, 가정용 프린터 인화나 업체 인화를 통해서 노트에 부착하면 좋습니다. 사진을 저장할 때는 원본과 수정본을 정확히 구별하여 폴더를 별도를 만들고 폴더나 파일에 간단히 이벤트와 날짜를 기재하여 정리를 편하게 합니다. 저는 수정본을 만들면 원본을 아예 삭제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주로 사용하시는 노트에 좋아하는 사진을 부착해 놓으시면 노트를 쓰시는 재미도 올라가며 노트의 기재된 내용을 기억해내는 일종의 리마인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스크랩의 개념이 확장되었습니다. 종이 스크랩에서 → 웹 페이지 스크랩으로 넘어간 것입니다. 웹 클리퍼를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원하는 정보를 클릭 한 번으로 저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모둠수첩에 자르고 붙인 잡지나 신문 스크랩을 스캔하여 저장하시면 오프라인과 온라인 상의 스크랩 정보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스크랩을 하는 행위는 그림과 문자의 정보로 우리의 영감을 일깨우며 우리의 관심 분야를 전혀 색다른 곳으로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영화, 공연, 연극, 전시, 콘서트, 음악회, 박람회 등 많은 볼거리와 체험할 수 있는 활동이 많습니다. 영화는 스마트폰 어플과 영화관 영수증으로 대체가 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장소에서 종이 티켓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티켓은 우표와 더불어 취미가들의 주된 수집물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문화를 즐겼던 기억을 보관하고 싶은 것입니다. 티켓북을 따로 사용하시는 것보다 모둠수첩에 한 페이지를 허락하여 티켓을 붙이고 짧은 감상평을 적어보면 어떨까요? 혼자 보았는지, 누구랑 보았는지, 사람은 많았는지,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지, 관람 뒤 식사는 어땠는지, 향후 그 제작자의 다른 작품을 보고 싶다든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적어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순간 모둠수첩은 티켓 저널로 변신을 하게 됩니다.
교환할 상황이 아니라면 제품에 있는 라벨, 태그, 스티커를 제거하게 됩니다. 그리고 쓰레기통에 버려집니다. 사기 전까지는 ‘저 물건을 사면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을 것 같아.’하며 기대 심리가 올라가지만 물건이라는 것이 사게 되면, 좀 쓰다 보면 처음의 흥분감은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하여 방 한쪽 구석으로 들어가게 되거나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안 나 방치하거나 쓰레기통에 버려지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이것을 ‘우리는 쓰레기를 산다.’라며 거침없는 말을 내뱉기도 합니다. 물건의 라벨은 그 물건의 이름표입니다. 이 이름표를 노트에 부착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저장을 하면 신기하게도 ‘애정’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물론 쓰다가 불필요하면 버려야 합니다. 애정이 생기면 그 물건을 자주 보게 되고 역시 자주 사용하게 됩니다. 그러면 그 물건은 이제 ‘역사’가 만들어집니다. ‘빈티지'는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모든 물건이 이렇게 '애정-역사-빈티지’의 과정을 가질 수는 없지만, 비교하며 신경 써서 구매한 물건이라면, 몇 달을 기다려서 구매한 물건이라면, 뜻깊은 사람에게 선물 받은 물건이라면, 그 물건의 이름표를 간직함으로써 삶은 좀 더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다이어리 스티커, 인덱스 스티커, 꾸미기 용 스티커 등 참 많은 스티커들이 있습니다. 여성분들은 잘 사용하시지만(?) 남성분들은 왠지 스티커를 약간 기피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성분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스티커는 간편한 인덱스 도구입니다. 중요한 것을 표시하고, 밑줄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태그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즉, 스티커 하나에도 하나의 정보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종이 노트에 스티커를 노트 앞쪽이나 표지 안쪽에 부착하시면 리마인더가 되어 그 노트에 어떤 정보가 있는지 기억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포스트잇을 에버노트로 캡처하면 마치 형광색 스티커에 글씨를 써 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이것도 또한 일종의 스티커 효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스티커는 풀이 필요 없기 때문에 부착이 간편하고 휴대하기 좋으며, 심지어는 풀의 대용품으로 사용할 수 도 있습니다. 스티커를 사용하면 메모 라이프가 즐거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처럼 모둠수첩은 실시간 정보수집 노트의 역할을 하며,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메모 어플은 순간순간 놓치는 것들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상호 보완을 통해 노트를 쓰는 재미를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붙이고 그리고 쓰고 찍어 보세요! RIGHT NOW!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