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의 큐레이터 되기
1. 큐레이트 <curate>는 돌보다(to take care of)의 의미를 가진 라틴어 'curare'에 어원을 두고 있다.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단어 <큐레이팅>은 '소개'가 중심이 아니라 해당 제품과 작품을 돌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던 것이다.
2. <큐레이팅>은 모든 것에 대한 레퍼런스로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맥락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curating과 curated는 20세기의 조어로 볼 수 있다. 프랑스 예술가 도미니크 곤잘레스포에스터는 전시를 통해 관객을 예술적 순간 안에 조금 더 머물게 하면서 시간과 공간을 획일적으로 경험하는 관습에 저항하려고 했던 점에서 볼 때 그녀는 큐레이팅을 하면서 관객을 작품 안에서 '돌보려고' 했던 것 같다. <큐레이팅>이란 단어를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 점을 주목해야 한다.
3. <큐레이팅>은 <돌보는 것>이다.
'프롤로그'에서 '감사의 말'까지 29개의 작은 글들이 번호 없이 수록되어 있다.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다만 글의 밀도가 매우 높아 속도가 빠르지는 않을 것이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작품을 찾아보면서 읽으면 내용이 좀 더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몇 가지만 소개한다.
1. 프롤로그: 사물들이 가는 방식
+ 큐레이팅의 기본은 독립된 각각의 요소들을 연결하고, 서로 만날 수 있도록 네트워킹하는 것이다. 큐레이팅은 문화의 교류를 시도하는 것이다. 큐레이팅은 도시, 사람 그리고 세계를 통해 새로운 길을 여는 지도를 제작하는 것이다.
+ 사물들이 가는 방식 [페터 피슐리와 다비드 바이스의 필름 프로젝트, The Way Things Go] - 화학적이고 물리적인 시퀀스는 우연성과 엔트로피를 비유하면서 불가사의하게도 그 물체가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 독립적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2. 지식을 컬렉션하기
+ 컬렉션을 생산하는 교섭들과 원칙들은 가정, 병렬, 발견, 실험적 가능성과 연관성을 포함한다. 컬렉션을 만드는 것은 지식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 분더캄머 wunderkammer - <놀라운 것들의 방>이라는 독일어로, 박물관과 미술관의 시초가 되는 개념이다. 르네상스 시대에, 시민 개개인들은 자신의 집에서, 혹은 분더캄머 또는 호기심의 방으로 알려진 특별히 지정된 방에서 종종 주목할 만한 아이템들을 수집했다. 다음 영상에서 분더캄머를 확인해 보자.
오래전에 예고를 다니던 여학생을 가르친 적이 있다. 서양화를 전공하는 학생이었는데, 장래희망이 큐레이터였다. 수업 시간에 마인드맵을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사이드 직업이 아닌 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생들을 지도하며 부모님들과 상담하며 나도 <큐레이팅>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독서 지도를 할 때도 사용하고, 입시 전체 전략을 짤 때도 사용한다. 내가 하고 있었던 것은 <큐레이팅>이 아니었다. 코칭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상들을 '돌보고'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예술적 순간에 조금 더 머물 수 있으면 그제야 <큐레이팅>이란 단어를 좀 편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