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대왕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모대왕 Sep 06. 2020

솔직한 척 무례했던 너에게 안녕

프로불만러들이여, 연대하라!

1. 빼기 [-]

어렸을 때는 호구력이 정말 만렙이었다. 싫은 소리를 잘 못했고, 아니 아예 말을 잘못했다. '그렇게 말을 안 하다간 입에 곰팡이가 피겠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잘하는 일'을 좋아하다 보니 이제 하루에 1만 단어를 내뱉는 학원 강사를 업으로 하고 있다. 어쨌든 말이 없다 보니 호구로 잡히는 일도 많았다. 괜스레 일을 떠맡아서 전전긍긍한다던지, 길거리에서 붙잡혀 신용카드를 만들고, 이런저런 회원 가입에 내 이름을 팔았다.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 생활을 이어 가면서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아야겠다는 신조가 나를 지탱했고, 이제는 완벽한 '프로불만러'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상한 것은 이상한 것이다.'를 삶의 모티브로 삼고 하고 싶은 말은 주저 없이 하다 보니 마음에 드는 것이 별로 없었다. 솔직히 없지 않나?


"좋은 게 좋은 거지"는 너나 좋은 거지.

맞다. 이런 말 내뱉는 인간들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다. 안중에도 없다. 너만 좋으려고 뱉는 이런 류의 말들은 그 싹을 잘라야 한다. 이 말의 메커니즘은 상하 관계에서 온전하며, 이 말이 뱉어지는 전과 후는 아무것도 좋아지는 것이 없다. 순전히 '갑'의 상황을 온전히 지켜주는 말들에 수긍해서는 안 된다. 내가 보기에 이상한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한 것이니까.



2. 더하기 [+]

그래서 나를 온전히 지켜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대학 시절 '새내기 새로 배움터(일명 OT)' 총기획을 맡고 있었을 때 중앙 무대를 같이 준비하던 96학번 선배가 어느 날 느닷없이 잠수를 탔다. 너무 큰 분노에 지금까지 난 그 선배에게 개인적인 연락은 안 하고 있다. 그 사람은 나의 페이스북 게시물에 가끔 '좋아요'를 남긴다. 정확한 사과도 없이... 참, 양심이란 게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나는 분노했지만, 나는 호구가 되었지만, 도망친 선배는 좋았을 것 같다. 적어도 본인의 정신 건강에는. 난 도망쳐 본 적이 없다. 버리면 버렸지 도망치지는 않았다. 물론 이것을 '도망'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물리적인 도망'은 연출이 불가능하더라도 '정신적인 도망'을 떠날까 생각 중이다. 이걸 전문 용어로 '멍 때리기'라고 하는 것 같다. 아무튼 주변에 피해는 주지 말자.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



3. 나누기 [÷]

COVID-19이 지구를 점령했지만, 불만을 스스럼없이 표현할 수 있는 바이러스가 대량으로 퍼져 나가길 바란다. '갑'에 대항하여, 솔직한 척하면서 나에게 무례하게 굴었던, 나를 호구로 몰고 가던 '녀석'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온전히 전달하는 '깡'이 생겼으면 좋겠다. 이 '깡' 바이러스가 전해고 전해져 나를 '호구 새끼'로 만들었던 놈들을 '호로 새끼'로 만드는 기적이 이 땅에 펼쳐지길 바란다. 


'깡' 바이러스가 어느 정도 퍼지고 난 후에는 그간 전투력이 극강으로 치닿았던 '나'에게 휴식을 선언하는 '사회적 혼자 두기'가 있어야 한다. 좀, 내버려 둘 필요가 있다.


그니까, 좀, 내버려 둬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