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노란색과 파란색
새벽에 부모님이 일하러 가면 학교를 못 가는 오빠는 여동생을 돌본다. 여동생의 눈에는 세상은 예쁜 것만 가득한데, 무서운 사람들이 집을 철거하려고 한다. 오빠도 무서운 사람을 당연히 무서워한다. 남매는 숨는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오빠를 여동생은 걱정한다. 같이 안 놀아 줄까 봐. 어른은 일하러 나가야 하니까.
주변에는 키 높은 아파트가 즐비한데, 철거된 집을 떠나 향하는 곳은 아파트가 아니라 더 높은 달동네가 될 것 같다. 집 근처 꽃들에게 인사도 못한 여동생은 못내 아쉬워한다.
정치 뉴스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여동생의 노란색 원피스와 오빠의 파란색 모자를 보니 특정 정당이 생각났다. 여동생과 오빠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그 정당들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다. 노란색 눈에는 그저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고 무서운 것이 나타나면 파란색 뒤에 숨으면 된다. 그렇다고 파란색이 무엇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같이 숨는다. 결국 이 들이 의지하는 것은 더 큰 어른이다. 하지만 지금 이 세상에 더 큰 어른이 있을까? 아리송하다.
어린 막내가 처한 현실의 무게에 대한 이야기.
그림책을 처음 편 순간부터 무게감은 느껴졌다. 마냥 예쁘지 않은 가장자리가 번진 붓터치 그림들은 무거웠다. 아파트가 나온 장면에서는 아파트로 이사 가는 줄 알았다. 그 전 철거 장면을 놓친 것이다. 내 머릿속에도 온통 아파트만 있었나 보다. 그림책을 두 번 보았다. 그림보다 글자에 집중해 보았다. 많은 암시가 있어 보인다. 다만 그것을 해석하는 것은 독자의 마음인지라 가이드를 하는 것은 의미 없어 보인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봐야 할 동화책인 것 같다. 같이 봐도 좋겠다. 개나리 무늬가 있는 노란 원피스를 좋아하는 여동생을 통해 자녀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다. 한국의 주거 문제를 청소년과 이야기 나누어도 좋겠다. 다만 '가난'에 너무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좋겠다. 가난한 이야기는 좀 지겹다.
전미화 작가의 다른 그림책이 궁금해진다.
보고 읽고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