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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모대왕 Jun 18. 2020

유 원

[서평] 백온유 장편소설

트라우마 극복기라고 치부하면 김이 빠진다. 어떤 음악을 들으면 특정한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키스 재럿의 쾰른 콘서트는 항상 햇빛을 떠올리게 한다. 나한테는 그렇다. 이 책의 단어와 문장도 그랬다. 청소년 시절을 작가에게 온통 들켰다. 깊은 곳의 있는 기억마저 뚜렷하게 보였다. 등장인물 중에서 이입하고 싶은 인물이 있었다. 


아. 저. 씨.


과거의 호의를 이용해 누군가에게 빌붙어 사는 아저씨. 세상에는 다양한 아저씨가 있는데 난 어떤 아저씨일까 물음표를 던졌다. 그 아저씨의 트라우마를 깬 건 주인공 유원. 유원의 트라우마를 깬 건 친구 수현. 서로의 연대를 통해 한 개인에게 뿌리 박힌 트라우마가 점점 사라져 갔다. '사랑의 불시착'이 떠올랐던 패러글라이딩과 함께 트라우마는 잊혔고 유원은 성장했다.


어른의 무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잘 성장했을까? 미숙아로 태어나 미숙아로 사라지는 게 인간이 아닐 듯싶다. 과거의 상처를 끝끝내 보상받고 싶은 사람은 괴롭다. 나도 그러하다. 경험이 많으면 일은 쉽지만 삶은 고통이다. 미국의 흑인 인권 시위 문구는 Black Lives Matter. 하지만 내 삶이 중요하다. My Life Matters, though.


덜 겪고

덜 보고

덜 들어야

더 살 수 있다.


더 살아야 하는데 과거의 구름이 덮친다. 덮치고 또 덮친다. 걷어도 걷어도 다시 드리운다. 과거가 오늘을 만들었지만 참 지겹다. 제발 좀 꺼져라.


부모의 시선은 버릴 수 없었다. 유원의 부모 심정이 하나도 빠짐없이 이해되었다. 첫 아이를 잃은 슬픔이 어떻게 가실까? 물음을 던지는 것이 우습다. 깊은 감정의 골이 기억 언저리에 있는 사람에게는 이 책을 추천하지 않는다. 앉은자리에서 단 숨에 읽을 수 있지만 잔향은 꽤 오래간다. 비슷한 부류의 드라마나 영화가 스쳐 지나간다면 향수처럼 진해질 수도 있다. 용기 있는 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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