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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옥 Feb 05. 2018

사랑이 뭐길래 작품이 뭐길래

#94

흘러내리는 땀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데, TV에서는 영화 <위대한 개츠비>를 소개하는 광고가 계속 나오더군요. 도대체 무엇이 위대하다는 말이지? 내 생각에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못된 ‘데이지’를 ‘개츠비’는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을 정도로 아끼고 사랑합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마음에 영화를 다시 보고 책을 읽었습니다. 누군가의 감상평에는 ‘개츠비가 왜 위대한 개츠비인가. 그에게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하는 탁월한 능력과 낭만적인 준비성이 있었다. 그는 아무리 힘들어도 삶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사랑에 실패했지만 다시 사랑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그가 위대한 이유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저는 엉뚱하게도 이것을 작품에 대비해보았습니다. 사랑(작품) 때문에 무너져 내려도 사랑(작품)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언제라도 다시 사랑(작품)에 빠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바베트의 만찬》에서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고도 박수를 받는 것만큼 참을 수 없는 것은 없다. 예술가가 세상을 향해 부르짖는 것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날 내버려둬달라는 외침뿐이다.’

중국 시인 소동파는 ‘적벽부’를 지을 때 버린 초고가 수레 세 대에 가득했다고 합니다. 시인이 시를 짓는 것, 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것을 참을 수 없는 가려움(기양)으로 표현했더군요. 고치고 고치고, 긁어도 긁어도 가려운 것… 시를 향한 자신의 병적인 몰두를 ‘슬프다, 무익한 일에 정신을 낭비하다니…’라고 할 정도로 소모적으로 여기면서도 무엇 때문인지 참을 수 없어 다시 시를 쓰고 말았나 봅니다.

열기와 목숨을 건 집착 속에서 약간은 미친 듯이 작품을 했습니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쓰지 않고는 못 견디는 사람이 시인이고 작품을 하는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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