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깜깜함과 홀로

# 12

by 김경옥

TV에서 깜깜하지 않은 밤 때문에 생태계에 문제가 많다고 합니다. 고층빌딩의 화려한 불빛, 골목마다의 가로등, 24시 편의점, 낮과 다름없이 장사하는 상점들.

며칠 전 정약용의 ≪한밤중에 잠 깨어≫를 읽었는데 한밤중이 얼마나 깜깜한지 그 정도를 잘 모르겠더군요. 초등학교 시절에는 밤 12시면 검은 솜옷을 눈사람같이 두툼하게 입고 두 손에 빨래방망이 모양의 막대기인 딱따기 2개를 들고 딱딱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어른들은 오밤중이라고 하시고 온 동네는 쥐 죽은 듯 조용해졌습니다.


가늠하지 못했던 ‘한밤중, 오밤중, 칠흑같이 깜깜한 밤’을 서울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보았습니다. 세 사람이 앉는 창가 쪽이었는데 마침 비었길래 멀미약을 먹고 쪼그리고 누웠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깨어보니 비행기 안이 어두컴컴합니다. 식사를 끝내고 자는 시간입니다. 뒤치락거리다 윈도 쉐이드를 밀어보았습니다.


그때 밤을 보았습니다. 어쩜 그리도 깜깜한지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비행기 날개의 헐떡거림을 들었습니다. 갈라진 날갯죽지 가운데 크리스마스 때 켜는 작은 전구 같은 것이 앞뒤로 달려 이 깜깜한 속에 혼자 헐떡헐떡하고 있었습니다. 깜깜함과 홀로라는 것, 혼자라는 단어를 알았습니다. 저 헐떡거림의 날갯짓을 얼마나 하면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주체할 수 없는 내 감정에 한참 동안 눈물을 흘리다 어느 결에 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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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특유의 맑은 하늘의 찬란한 아침 햇빛을 듬뿍 받은 비행기를 쳐다봅니다. 양쪽 날개를 쫙 펴고 있는 은빛 날개는 믿음직스럽고 용감해 보입니다. 순간 그 힘찬 날개 따라 날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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