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얼굴에 이마가 없는 새
길이가 7센티미터 정도 되는 통통한 새가 있습니다. 동그란 까만색의 눈, 붉은 입도 동그랗습니다. 어여쁜 연갈색의 몸통에 접힌 날개도 까만색입니다. 발가락에는 약간의 붉은 기가 돕니다. 머리는 윤기가 나면서 검은색 숯이 소보록합니다. 그 위에 하얀 심지가 꿋꿋이 나와 있습니다. 초를 어찌 태우나, 싶었지만 하도 앙증맞고 귀여워서 샀습니다.
그해 겨울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끝내 켜지 못하고 여러 계절을 보냈습니다. 어느 해 깊은 겨울밤 눈송이가 가슴에 꼬옥 안고 싶을 정도로 몽글몽글 떨어졌습니다.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다가 결심을 했습니다. 방 안의 모든 불을 끄고 작은 새 머리 위에 기도하듯 성냥을 그었습니다.
처음에는 반딧불같이 깜박거리더니 불빛이 점점 커집니다. 곧이어 낮에 보던 모습은 없어지고, 마치 주위를 밝히는 것만이 자신의 유일한 존재 이유인 양 맹렬히 타들어갑니다.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올까? 작고 예쁜 새 모양의 하얀 초가 녹아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무엇이든 이렇게 힘을 내야만 그 존재감을 느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새 이마를 지나 동그란 눈 안에 까만색의 점을 콕 찍어놓은 곳까지 내려왔습니다. 눈 없는 새를 볼 수가 없어 서둘러 꺼버렸습니다.
둥그런 책상 위에는 오래된 라디오와 연필꽂이로 쓰는 작은 주전자, 그리고 길쭉한 물통 두어 개가 놓여 있습니다. 연필이며 크레용, 볼펜, 가위, 조각도 등 잡동사니가 어지럽게 모인 곳입니다.
자그마한 나무 좌대 위에 새를 올려봅니다.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연필을 들고 열심히 상하좌우로 움직입니다. 그러다가 가위를 들고 입을 오므려가며 자르고, 책상에 어지러이 놓인 것들을 밀어내고 억지로 세웠습니다. 여러 각도로 찬찬히 들여다보다가 깊은 한숨을 내쉽니다. 이마 없는 새는 내가 연필을 들고 색연필로 그어가며 무얼 하는지, 조급함 속에서 지우개를 들고 무얼 지우는지 다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답답해지면 자기 머리에 불을 붙이라고 동그랗게 눈을 뜨고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