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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옥 Nov 20. 2017

일이 있다는 즐거움

#86

마음은 급한데 길이 막히나 봅니다. 멀리 오징어를 든 남자가 보이고 잇대어 뻥튀기 과자봉지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길이 막히는 것을 어찌 아는지 한여름에는 차가운 음료수들을 들고 차창을 두드립니다. 인도 위에 늘어선 손바닥보다 조금 큰 선풍기, 시원한 바람이 쑥쑥 나올 듯한 이상하게 생긴 부채들이 나란히 서 있습니다. 뜨거운 뙤약볕에 얼마나 더 팔릴까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가다 보면 가슴에 사연을 적어놓고 구걸하는 사람도 차창 밖으로 바짝 다가서는데 장사하는 사람보다 얼굴이 멀쩡합니다. 장사 밑천이 없어서겠지, 이해하려고 애쓰지만 그리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중국 구이린에는 오리와 비슷하게 생긴 가마우지란 새가 있습니다. 한 어부가 가마우지 새 네 마리를 길러 어망 없이 고기를 잡는데, 새의 목을 가는 실로 적당히 묶어놓으면 이 새는 수심 30~40미터까지 내려가 고기를 삼키고 올라와 어부가 입을 벌리면 살아 있는 물고기를 확 토해냅니다. 이렇게 네 마리의 새가 번갈아 잡아오는 물고기를 소쿠리에 가득 담은 뒤 하루 일을 마치고 새들은 주인인 어부와 저녁을 먹고 잠이 듭니다. 주인을 알아보는 새, 주인을 먹여 살리는 새입니다.


일본에서는 가마우지를 잡아 50여 년 가업을 이어오는 집도 있다고 합니다. 한번 잡혀오면 10년, 20년, 30년을 살면서 일생을 같이한다는데 중국의 주름투성이 가난한 어부네 집 네 마리는 오순도순 진짜 식구처럼 사는 것같이 보였고, 중국과는 달리 깨끗하고 넓은 뒷마당에서 키우는 일본의 가마우지는 어쩐지 썰렁해 보이고 사육당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호주에는 양이 약 일억 오천만 마리 있고 양치기 개가 오만 마리가 있다고 합니다. 목동에게 길들여진 개 한 마리가 양 삼천 마리를 돌보는 셈입니다. 목장의 개들은 자신이 담당한 양들을 주인이 있는 곳으로 인도하기 전 먼저 주인의 손을 쳐다보는데,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양들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해준다고 합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주인의 손을 볼 수 없을 때는 휘파람 소리에 따라 양들을 움직이게 한답니다. 죽으면 다 썩어질 몸, 이왕 썩어질 것 아껴 뭐할까요. 죽는 그 순간까지 작품을 하면서 묵묵히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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