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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옥 Nov 29. 2017

그리움의 시간 차

#87

밤 11시가 조금 넘었다. 손자 지안이는 강아지 인형을 끌어안고 잠을 청한다. 엉덩이는 기저귀로 두툼하다. 인생 시작이다. 나는 잠과의 투쟁으로 모차르트 음악을 틀었다. CD 표지에 엄마와 아가가 서로 이마를 맞대고 활짝 웃는 예쁜 사진이 붙어 있다. 이 음악을 들으면 사랑이 흘러나와 잠이 온다나….

책을 들고 누웠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이른 아침, 냉장고 문을 힘차게 열고 달걀 3개를 꺼내 삶는 기구에 넣고, 식탁에 토마토를 꺼내놓는다. ‘어휴! 크다’ 하며 사과를 하나, 둘, 셋 하나씩 식탁에 올린다. 빵 봉지를 꺼내 “할머니~” 하며 토스트기에 넣으란다. 그리고 딸기잼을 달라고 한다. 발음이 묘해서 나만 알아들을 수 있다. 우리 둘만의 언어다.


우리 둘은 밤마다 엎치락뒤치락 잠을 청한다.

그래! 오늘은 이렇게 안녕히.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또 같은 일을 반복하겠구나.


참 이 시간이 아쉽다. 엄청난 세월의 차이가 손자와 나 사이에 있다. 이렇게 같이 있어도 그리움은 내게 먼저 찾아와 마음을 훑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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