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영원
넌 지금 무얼 하고 있니
감기도 비염도 심해진다. 하루종일 기침을 하고 나니 머리가 띵호아. 오늘은 슬픈 노래를 듣지 않았는데도 눈물이 흐른다. 말하지 못하는 말들이 차고 차고 넘친다. 기운이 나지 않는다. 겨울은 잔고를 가볍게 만들고 나는 무겁게 하루를 걸었다. 여전히 밤은 어둡고 벗은 길을 헤맨다.
이루지 못했던 것에 관한 아쉬움보다 이루려할 때에 미안함이 더 커서 마지막까지 붙어 있던 가로수 낙엽이 내 앞으로 떨어졌나보다. 오래도록 쓰고 있던 키보드 커버를 버리고 어색한 타자를 친다. 이 어색함으로 이별을 났다. 찬 이불 속에서 밤을 보내면 머리가 쭈뼛쭈뼛 선다. 습기의 패기인가.
내일이 오면 머리를 다듬고 미루었던 일들을 해야 하는데 옛터에 깨진 기왓장처럼 나는 쓸모없이 그리움만 한가득. 차라리 살죽지 도려내는 절망으로 무엇이라도 이겨내었으면. 겁 없는 사랑으로, 섣부른 마음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겨울바람을 세었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나는 매일 이러고 있다.
채풀잎 에세이, <보이지 않는 영원>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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