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영원
무게중심
늘 이 시간 즈음에는 엉망진창이었다. 잘 보이고 싶던 사람, 곁에 없으니 홍대 막걸리 아저씨처럼 거리를 헤맸다. 하지만 아저씨와의 비교가 부끄러운 점은 언제나 그 긴 하루의 어떤 짧은 단면도 나의 생을 치열하게 하는 순간이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 시간이 무용한 것은 아니었지만 가끔은 스스로 기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찬 공기로 가득 찬 욕조 속에 사는 기분이었다. 나를 감싸 안은 만물이 나를 나에게로 밀어내면 홍대나 상수, 합정이나 연남동, 종로나 노량진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근 2년간 술과 싸우듯이 술을 마셔대었다. 쨍한 햇빛처럼 들이치는 이명이 오른쪽 귀를 때리면 술에 취해 잠들 수 있도록 술을 따라 마셨다. 뭐했지? 싶은 하루가 감사한 날들이었다.
사랑했던 사람에게 ‘듣는’ 괴로운 말들보다 그 입을 ‘거쳐’ 나오는 괴로운 말들이 싫어서 연애를 시작하는 것은 버거웠다. 누군가 지나는 말로 던졌던 ‘서른 즈음에 연애감정으로 만나는 사람이 쉽고 빠르게 활활 타오르지 않는다면 시답잖은 것이니 당장 그만두라’는 소리가 밤이 오고 아침이 오듯이 머릿속에 순환하고 있었다. 점점 나이를 먹는 것일까.
언니, 오빠들은 ‘지금 만나야 한다, 지금이 아니면 때를 놓친다.’고 말했다. 돈이 없어도 지금 나이 때는 사랑이 어렵지 않다면서. 하지만 내게 너무도 어려운 것은 사랑도 아니고 삶을 투쟁하듯이 사는 것도 아니었다. 사람이 기댈 곳은 결국 사람이라고 믿었지만 사람에게 기댈 때는 그만큼 기대는 이의 몸과 마음이 가벼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저열한 세상에 진지해질수록 사람들은 더욱 가볍고 편리한 것을 원했다. 연애도 그랬던 걸까. 쉽고 간편하게 먹고 나오는 패스트푸드처럼. 그런 연애 뒤에 몸과 마음에 짊어지는 이 무게는 어쩌누. 옛사랑 나를 보며 쯧쯧쯧 혀를 차도 말없이 노래하는 오늘을 어쩌누. 뜨끈한 국밥 한 그릇에 소면도 말고 고추, 파, 다진 양념 담뿍 넣어서 술 한 잔 하고 싶다. 그대와, 그때처럼.
채풀잎 에세이, <보이지 않는 영원> 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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