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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현 Aug 07. 2018

그래서 때로는

보이지 않는 영원




그래서 때로는 


 

서글픈 감정도 내버려둔다. 누군가 에스프레소 찻잔 속 설탕을 녹이려 할 때마다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것 처럼. 나는 숨을 죽이고서 찻잔에 설탕 한 조각을 떨어 뜨리고 정신이 순식간에 들어차는 커피를 털어 넣는 다. 찐득하게 남아있는 설탕 덩어리를 티스푼으로 모 아 혀 위에 올려놓고 입천장과 부빈다. 

이 일련의 과정을 틀렸다고 해도 좋고 다르다고 해도 좋다. 어차피 인간이란 좋다가도 좋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때로는 서투른 감정으로 치부한다. 나이를 먹었거나 좀 더 배웠거나 내가 겪지 못한 것은 정확한 답이라 말할 수 없다. 그리고 내가 겪은 것 또한 정확한 답이라 남에게 말할 수 없다. 

나는 나의 과정 속에서 나의 답을 찾고 삶의 태도를 가꾸어 갈 뿐이다. 답안지를 비교하며 채점하는 방식은 이미 초등학교 시절 끝났던 것 아닌가. 그러나 사람 사는 세상이, 사람이 사는 방식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는 너저분하다. 단순한 생각은 좋지만 단순무식은 괴롭다. 


나무 한 그루에 수많은 가지와 수많은 잎, 수많은 열매가 열린다. 어느 곳에 어떻게 열릴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피고 지는 것은 알지만 어떻게 피고 지는지 세세한 삶을 정의내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피곤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정리하는 방법을 찾는다. 요즈음 알게 된 방식은 사뭇 우습다. 


그래서 때로는 서글픈 것이다. 단순한 방식과 무식한 방법만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선민의식을 밀어낼 수 있다는 것이. 남의 머리 위에 올라서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과 남에게 해코지하려 드는 사람들이 들고 있던 것이 결국 원숭이가 머리 위에 올려두었던 나무막대기라는 것도. 그러나, 


서글픈 감정도 내버려둔다. 누군가 에스프레소 찻잔 속 설탕을 녹이려 할 때마다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것처럼. 나는 숨을 죽이고서 찻잔에 설탕 한 조각을 떨어뜨리고 정신이 순식간에 들어차는 커피를 털어 넣는다. 찐득하게 남아있는 설탕 덩어리를 티스푼으로 모아 혀 위에 올려놓고 입천장과 부빈다. 

 

그와의 키스도 이랬다. 



채풀잎 에세이, <보이지 않는 영원> 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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