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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현 Jul 16. 2021

대나무 숲보다 머리숱

오늘도 발모샴푸 했어요

나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 되도록 하지 않는 말이 있다. 언젠가부터 험한 욕은 쓰지 않으려 노력하고, 다른 자리에서 들었던 말은 옮기지 않으려 하고. 좁은 속으로 참고 참다 보니 속이 썩어 들어간다. 선조들께서 왜 대나무를 심었는지 이런 식으로 깨닫는다. 한 그루의 대나무를 심고, 또 심다가 숲이 우거지면 그제야 숲으로 들어가 소리를 치셨던 그 마음가짐을 배워야 할 때다.


한참이 지나 지난 일에 관하여 설명을 하면 대부분 납득을 하지만 그 사이에 혼자서 끙끙 앓던 나는 누가 위로해주나.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그게 다 병을 만든다. 작년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해결을 하지 못하다 보니 머리숱이... 아... 하아... 한 가닥의 머리카락을 심고, 또 심으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하려나. 차라리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될 텐데. 그게 될 턱이 있다. 그런 세상은 없다.


되도록 심드렁한 얼굴로 세상을 살아야, 아무것도 관심 없는 듯 살아야 개인의 삶이 편할지도 모른다. 제 한 몸 편하게 살기 위해서 소시오패스를 흉내 내며 살아야 한다니 그것 참 고약하다. 결정을 할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선택이 아니라 시간일지도 모른다. 옳은 선택보다 '옳은 선택을 하기 위한 시간'. 하지만 인생은 짧고 시시비비를 가릴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주어 없음.

시간이 곱게 쌓이길 기대하는 것도 욕심이라면 세상이 어느 방향으로, 어떤 방식으로 흐르는지 알겠다. 글에 재미를 더한다면서 욕지거리를 하고, 상스러운 문장을 쓰는 것과 소설 속 주인공이 욕을 하는 것을 똑같이 여겨버리면 더 이상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어차피 만나서 이야기할 필요도 이유도 없으니 그뿐인가. 우리는 그럴 시간에 돈을 모아 머리를... 아니, 대나무를 심는 게 좋겠다.

요즘 욕 대신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이상한 방식으로 열심히 사네?"

그렇게라도 열심히 살아야지.
그래, 그렇게라도 웃으면 복이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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