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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과의 추억(2)

보이스피싱과 비트코인의 운좋았던(?) 만남

보이스피싱을 당한 사람들은 대부분 잃은 돈을 찾지 못한다. 범인에게 현금으로 건네준 경우도 많고, 계좌로 이체한 돈은 범인이 금세 빼가버리기 때문이다. 운 좋게 돈이 남아 있을 때 계좌가 정지되더라도, 보이스피싱 범죄는 워낙 피해자가 포도송이에 포도알처럼 주렁주렁 있기 때문에, 결국 한 명 한 명에게 남는 액수는 얼마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작년에 만났던 사건은 꽤 흥미로운 경우였다. 한창 비트코인이 뜨겁던 때였다. 범인도 비트코인의 달궈지는 기운을 읽고, 자신도 비트코인에 투자하기로 했다. 돈은 보이스피싱을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범인은 피해자를 속여 피해자 핸드폰으로 온 문자를 불러주게 한 뒤 피해자 명의로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입했다. 그 뒤 피해자는 범인의 지시에 따라 가상계좌에 돈을 이체했고, 범인은 이체된 돈으로 비트코인을 구입했다. 그 뒤 한 차례 돈이 더 들어왔고, 반 정도 출금도 되었다.

그리고 다행히 비트코인이 남아 있을 때 피해자가 이상한 낌새를 채고, 경찰에 신고하고 가상화폐 거래소에도 알렸다. 거래소에서는 피해자 명의로 가입했으니, 피해자가 찾아가면 된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피해자가 자신이 가입하지 않았으므로, 가입 이메일(아이디)과 비밀번호를 모른다는 데 있었다. 처음에 거래소 담당자는 아직까지 이런 상황에 대응하는 내부 매뉴얼이 없어서, 판결 선고 없이는 피해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기가 힘들다고 답을 주었다. 다만 범인을 포함해 누구도 이 비트코인을 처분할 수 없도록 거래 정지는 시켜주었다.

소송을 할까, 좀 더 거래소와 조율을 해볼까, 고민하는 사이,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연일 계속되었다. 그래서 범인이 전체 피해금의 반 정도를 이미 인출했는데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을 현금화하면 두 명의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금을 모두 보전하고도 남는 금액이 쌓여버렸다. 그야말로 보이스피싱과 비트코인의 운 좋았던 만남이었던 셈이다.

끝까지 범인은 잡히지 못한 것으로 안다. 얼마 후 거래소에서는 수사기관에서 피해자가 범인이 아니라는 확인만 해주면 자체적으로 비트코인을 처분하여 피해금을 지급하겠다고 알려왔다. 운이 좋게 이 피해자는 보이스피싱으로 잃을 뻔한 피해금을 모두 돌려받았다. 범인의 투자 감각(?)이 빛을 본 케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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