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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죄에 대한 생각



모욕죄란 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명예훼손죄와 다른 점은, 명예훼손죄는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를 요하는 데 반하여, 모욕죄는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 없이 경멸의 의사표시만 있으면 족하다는 점이다. 쉽게 말하면, 어떤 말을 듣고 ‘그건 사실이 아니야!’라고 반박할 사실이 있으면 명예훼손, 그렇지 않고 반박할 사실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면 모욕죄일 가능성이 있다. 가령 미친년이라고 저쪽에서 욕을 하는데, “저는 미친년이 아닙니다.”라고 진지하게 반박하면 어딘가 좀 어색하다. 참고로, 구체적인 사실 적시와 함께 욕을 한 경우라면, 이때는 모욕 행위가 명예훼손죄에 흡수되어, 모욕죄는 따로 성립하지 않고 명예훼손죄만 성립한다. 그러므로 모욕죄는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없이 주로 상욕을 하는 상황에서 많이 문제가 된다.


"모욕죄를 가르는 판단 기준은 무엇?"

얼마 전 모욕죄와 관련된 상담을 했었다. 어떤 사람이 온라인 게임 채팅창에서 욕을 해서 모욕죄로 고소를 당할 것 같다며 찾아왔다. 이 사안에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 쟁점은 피해자가 누구인지 과연 특정을 할 수 있을지의 문제였다. 욕을 할 당시, 상담자는 피해자와 서로 통성명을 하지 않아, 피해자의 아이디만 알았던 상황이었다. 관련 판례가 아직까지는 불분명했다. 온라인 아이디만으로 피해자가 특정이 된다고 본 판례도 있었고, 아이디만으로는 특정이 되지 않는다고 본 판례도 있었다. 관련 내용을 검색하다가 웃지 못할 기사도 보았는데, 내용인즉슨 요새는 모욕 행위에 대처하는 매뉴얼이 있는데, ‘자신에 대한 욕설이 나오기 시작하면 이름, 거주지, 전화번호 등을 채팅창에 쳐서 나의 신분을 밝혀야 모욕죄 성립 요건 중 하나인 특정성을 갖추는 데 좋다’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그에게 ‘온라인 아이디와 관련한 피해자 특정의 불확실성’에 대해 설명을 하자, 알아듣는 눈치였다.

1차 설명에 납득한 그는 나에게 추가로 물었다. “피해자 특정이 됐다고 하고, 제가 한 욕은 괜찮나요? 아니면 이런 욕은 모욕죄가 되나요?” 변호사가 받는 질문 중 손에 꼽을 만큼 모호하고 애매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욕을 가지런히 정리하여, 해당 욕이 줄 수 있는 모욕의 정도를 1단계부터 5단계까지 나누고, 가령 4단계 이상부터는 모욕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정리한, 공명정대한 ‘욕설 목록표’를 만들 수 있다면 다른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그럴 수가 없다. 판례는 “너는 애미 애비도 없냐”라고 한 말에 대해서는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면서, “애비가 저러니 애도 저런다”라는 말에 대해서는 모욕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또 올해는 메가리아, 워마드라고 욕을 한 사람에게 벌금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이렇듯 모욕죄를 가르는 욕의 판단은 베일에 가려져 있고, 또 욕(?)은 해마다 업그레이드되는 모습마저 보인다.


"모욕과 표현의 자유 사이의 딜레마"

모욕죄의 위헌성에 대한 의문은 사실 법률가들 사이에서 계속 있어왔다. 몇 년 전 진중권이 변희재에게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이라는 뜻의 인터넷 속어)이라고 말해서 모욕죄로 재판을 받으면서, 헌법재판소에 모욕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에 대해 위헌 판단을 구한 일이 있었다. 당시에 합헌결정이 나오기는 했지만, 반대의견도 3인이나 됐다.

반대의견은 "해당 법 조항은 단순히 부정적·비판적 내용이 담긴 판단과 감정 표현까지 규제할 수 있어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데다 상당수 국가에서 모욕죄가 부분적으로 폐지되거나 실질적으로 사문화된 점 등을 감안하면 국제인권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판시했다. 또한 “국가형벌권의 행사를 형법으로 규정하고자 할 때는 최소한의 행위에 국한되어야 하는 점, 단순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행위에 대하여는 시민사회의 자기 교정기능에 맡기거나 민사적 책임을 지우는 것으로 규제할 수 있는 점” 등도 들었다. 기본적으로 필자는 헌법재판소의 반대의견에 찬성하는데, 모욕이라는 형사 범죄는 처벌법규의 명확성, 형벌의 보충성 등 법리적인 문제가 있으므로, 법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모욕 행위가 있다면 이에 대해서는 민사적인 접근을 취하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모욕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례가 있었다. 강사 설민석의 ‘민족대표 룸살롱 발언’에 대하여 민사 손해배상이 인정되었다. “룸살롱, 낮술 판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은 심히 모욕적인 표현으로, 역사에 대한 정당한 비평의 범위를 일탈해 합당한 경외와 추모의 감정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고 본 것이다. 손해배상 액수는 많은 편이 아니었지만, 피해자인 유족에게 조금이나마 감정적인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한편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 중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대통령 욕하는 것은 민주 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대통령 욕하는 것으로 주권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전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라는 말이다. 노무현의 발언은 공인을 향한 모욕 행위에 관련된 내용이지만, 나는 공인이 아님에도 꽤나 감동을 받았다. 민주주의의 수호와 모욕이 주는 불쾌한 감정 사이에서 이성적이고 아름다운 감각을 갖춘 통찰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풍자와 비평, 비판 그리고 모욕은 어떨 땐 함께 나타나 당사자를 혼란스럽고 불쾌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럴 때 위의 말을 떠올리면서 차분하게 숨을 고르고, 대응이 필요한 상황인지, 아니면 표현의 자유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인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


-언론중재위원회 <언론사람> 1월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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