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의 균형
"새로운 시대, 새로운 방송 통신 플랫폼"
텔레비전을 좋아하던 우리 가족은 저녁 시간이 되면 거실에 옹기종기 앉아 ‘텔레비전을 보며’ 담소를 나눴다. 그 시절 나에게는 불만이 하나 있었는데, 저녁 9시가 되면 어김없이 뉴스를 봐야 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옆 방송사에서 인기리에 방영하던 <순풍산부인과>와 같은 시트콤을 한 번도 보질 못했다. 하지만 '가족이 모인다는 점에서' 돌이켜보면 따뜻한 시간이었다. 아버지는 여기서 한술 더 떠서 가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자랑하시듯 말씀하시곤 했는데, 동네에서 아버지 집에만 텔레비전이 있어서, 저녁이 되면 '온 동네 사람들이' 아버지 집에 모여 텔레비전을 보고 갔다고 하셨다.
통속적인 말이지만, 세상이 변하는 속도는 정말 놀랍다. 텔레비전으로 옹기종기 모이던 시대도 저물고 있다. 요즘 세대는 각자 자신의 PC나 핸드폰으로 자기가 보고 싶은 프로를 시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걸 OTT라고 한다. OTT란 Over The Top의 약자로, 여기서 Top은 텔레비전 셋탑박스를 의미한다. 즉 OTT란 셋탑박스를 넘어서는 서비스, 즉 셋탑박스 없이 인터넷망으로 보고 싶은 방송을 보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일컫는다. 대표적인 OTT사업자에는 넷플릭스, 티빙, 푹, 유튜브 등이 있다. 지금까지 OTT사업자는 방송사업자가 아니라,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 전기통신망법상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해당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 통합방송법(방송법 전부 개정안) 초안이 발표되어 이슈가 되었다. 법안 초안의 골자 중에 하나가 이러한 OTT사업자를 부가유료방송사업자, 즉 방송사업자로 보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방송과 통신은 어떻게 다른 것이기에, OTT사업자를 방송사업자로 넣으려는 시도가 화제가 된 걸까. 쉽게 설명하면, 방송은 언론이고, 통신은 전달수단이다. 옛날에는 방송과 통신의 구분이 명확했다. 방송은 방송편성을 받은 자만이 할 수 있었고, 시청자들은 제한된 채널에서만 선택권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방송의 영향력이 막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방송은 공정하고 건전해야 하는 사회적인 책무를 가졌다. 하지만 통신은 어떤가. 가령 전화라는 통신수단을 이용하면서 우리는 사회적 책임을 전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사적인 대화에서 우리는 불공정하고 불건전할 자유가 있다.
그런데 인터넷 발달로 누구나 자신이 만든 동영상을 플랫폼에 올리고 많은 사람들과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통신과 방송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통신의 형태이긴 하지만, 그 파급력은 방송과 맞먹게 된 것이다. 실제로 최근 어떤 조사에서 젊은 층이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핸드폰 앱은 유튜브 앱이라는 결과가 있기도 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은 기존 방송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혐오표현과 가짜뉴스의 온상이라는 어두운 그늘이 동시에 존재한다.
"표현의 자유 속 사회적 책임을 묻다"
사실 이러한 상황들 때문에 방송법 개정 논의는 이전부터 있어왔고, OTT사업자도 방송사업자로 편입될 것이라는 예측도 많았다. 그런 가운데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이 통합방송법을 대표 발의했고, 16일에는 국회 언론공정성실현모임이 이에 대한 세미나를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발표 자리에서 배포된 자료를 보면, 티빙, 쿡, 넷플릭스 등은 부가유료방송사업자이고, 유튜브, 아프리카TV 등은 개정안에 따르더라도 부가유료방송사업자는 아니라고 되어 있다. 방송사업자 여부가 달라진 이유는, 해당 법률상 ‘부가유료방송사업자’가 ‘방송을 수신하여 중계송신하거나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에서 방송프로그램을 시청자에게 판매, 제공할 목적으로 승인을 받은 자’라고 되어 있기 때문으로, 티빙, 쿡, 넷플릭스는 월정액으로 운영되는 반면, 유튜브나 아프리카TV는 기본적으로 무료로 운영되는 서비스라는 게 직접적인 근거이다. 하지만 유튜브도 ‘유튜브 레드’라고 하는 유료 서비스가 있고, 아프리카TV도 ‘별풍선’이라고 하는 수익모델이 있으므로, 유료/무료로 단순하게 구획되는 문제는 아니라는 비판이 있다.
아마도 티빙, 쿡, 넷플릭스는 TV방송프로그램 등이 주로 제공되는 서비스인 반면, 유튜브나 아프리카TV는 인터넷 개인방송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더 보장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깔려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통합방송법에서는 ‘인터넷방송콘텐츠제공사업자’를 ‘ ~ 부가유료방송사업자에게 방송프로그램을 공급, 판매할 목적으로 등록 또는 승인을 받은 자’라고 정의하고 있고 이들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만약 유튜브를 부가유료방송사업자라고 보게 되면 여기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1인 크리에이터에게 신고의무가 부과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찌 됐든 방송통합법이 유튜브와 같은 거대 공룡은 빼버리고, 티빙, 쿡과 같은 국내 기업 위주로 규제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그렇다면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은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 아래 사회적 책임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에 문제가 된 엘사게이트 사건(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디즈니 캐릭터들의 소아성애 동영상, 납치 동영상 등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었던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요즈음 디지털 플랫폼 사업체에서는 ‘모더레이션 업무’, 즉 사업체에서 스스로 문제가 되는 콘텐츠를 삭제, 차단하거나 해당 이용자 계정을 정지, 삭제하는 등의 업무가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불쾌하고 유해한 콘텐츠를 배제시켜 이용자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주어야 할 필요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용자 신고 시스템(Flagging system), 특정 유형 콘텐츠를 자동 삭제하는 AI개발, 모니터링 인력 증원 등의 노력이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사업자의 사적검열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으며, 이러한 자율 규제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시민 사회에서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여하튼 동네 사람들을 거뜬히 모았던 텔레비전이 1가구 1텔레비전 시대가 되면서 단출히 한 가족만 모으게 되더니 이제는 점점 개인 휴대폰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된 시간들을 차례로 목도하면서, 기술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실감한다. 더불어 법률이 정체된 것이 아니라 기술의 발달에 맞추어 계속 현재성을 지녀야 하는 도구라는 생각도 새삼스레 하게 된다.
언론중재위원회 언론사람 2월 기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