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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동KimLawdong Oct 24. 2022

56일과 57일

이틀 연속 오줌을 맞다

56일

지난번 육아일기에서 형이 나에게 보여준 각별한 우애와 그에 대해 느끼는 고마움에 관해 짧게나마 적어두었다. 아내는 직접 형에게 고맙다고 말을 하라고 하였다.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고.


마침 이날 아침 형에게 연락할 일이 있어, 조금 쑥스럽지만 내가 느껴온 고마움에 대해 표현했다. 우리는 내 주변 사람의 마음에 무엇이 담겨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한다. 그리고 그 고민과 탐구는 종종 오해와 의미 왜곡이라는 잘못된 길에 이르곤 한다. 온전히 타인의 내면에 닿을 길은 없고, 타인 또한 나의 마음에 완벽하게 이를 길은 없다. 결국 왜곡되지 않은 정확한 마음을 보여주기 위한 길은, 때로는 민망하고 때로는 부끄럽더라도 말과 글을 통해 전달하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 퇴근을 하고, 잠깐 아이스크림을 사기 위해 다시 나갔다가 돌아오니 유니온이 기저귀에 대변을 본 상태였다. 씻긴 뒤에 기저귀를 갈아입히려고 세면대로 가 기저귀를 벗기고 씻기려는 때에 갑자기 유니온은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나의 오른쪽 팔을 타고 유니온의 소변이 흐른다.


물론 유니온이 소변을 뿌린(?) 것이 처음은 아니다. 육아를 시작하면서 늘 “언젠가 한 번쯤은 맞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조리원 퇴소하고 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저귀 교환대에서 기저귀를 갈다가 두어 번 당했다. 기저귀로 어떻게 앞을 가려볼 겨를이 없었다. 다행히(?) 내 몸으로 바로 향하거나 하진 않았다.


- 57일 아침, 유니온의 기저귀를 갈기 위해 이번에도 세면대에서 유니온의 기저귀를 풀고 씻기려는 찰나에 유니온이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어제와 똑같이 오른쪽 팔을 타고 흘렀다. 같은 곳에 이틀 연속 맞았다. 본인이 자리를 잡고 한 것은 아니므로, 아마 우연일 것이다.


고물가 시대이다. 환율도 많이 올랐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한다고 한다. 유니온은 새 기저귀를 채우기 전에 자유로운(?) 상태에서 두 번이나 소변을 봤고, 그 덕에 기저귀 두 장을 아꼈다. 유니온이 요즘의 경제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유니온의 활약으로 지출을 줄일 수 있었다. 내 팔은 씻으면 되는 것이고.


고물가 시대를 맞아 가계 지출 줄이기에 동참한 유니온에게 오늘의 일기를 바친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Dimitris Vetsikas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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