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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동KimLawdong Nov 15. 2022

67일과 69일

67일 - 명절 덕담 / 69일 - 새 옷 착용기

67일

유니온은 요즘 들어 특히 아침 시간에 신기한 소리를 내며 옹알이를 한다. 녹화를 하려고 하면 딱 멈춰 버려서 아쉬울 때가 많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이동하지 않고 집에서 머물렀다. 유니온이 신기한 소리를 내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다른 가족들에게도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아 촬영 버튼을 누르고 유니온에게 “명절 덕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덕담 한 마디 해주세요.”라고 정중히 이야기를 건네보았다. 나의 정중함이 통한 것인지 유니온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들리는 대로 받아 적은 것이다.


-으응 으믁 엨 뭐 으 으응 으와 에 흐으 으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지만, 뭔가 말하고 싶은 듯이 계속 소리를 내는 것이 귀여워 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보았다.


- 이날은 아내, 유니온과 함께 고양에 있는 스타필드 쇼핑몰로 갔다. 그 전날(용산 아이파크몰에 갔다.)에 이어 이틀 연속 쇼핑몰 나들이다. 주차장에 주차하였는데 주차칸의 간격이 넓어 유모차를 트렁크에서 꺼내어 밀기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아휴게실의 기저귀 교환대에는 아기를 씻길 수 있는 세면대도 함께 있었다. 쇼핑몰에 아기를 데리고 온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았던 것인지 새삼 깨닫는다. 이날은 부모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혹은 할머니까지 함께 나온 집이 많았다.


- 유아 휴게실에는 분유와 이유식을 먹일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 있었다. 한편에서는 아이 한 명이 이유식을 먹고 있었다. 그러다가 뭐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는데, 경륜에 힘입는 것인지 유니온과는 비할 수도 없는 엄청난 소리였다. 그걸 듣더니 갑자기 유니온이 얼굴을 무너뜨리더니,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너는 갑자기 왜…?


- 처음으로 밖에서 유니온의 옷을 사보았다. 짜임이 쫀쫀해 보이는 쑥색 와플 헨리넥 티셔츠, 바지 세트 하나와, 두벌이 한 묶음으로 된 바디슈트형 긴팔티셔츠를 샀다. 아내도 나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유니온의 옷을 사는 것은 처음이고(사실 몇 벌의 옷으로 계속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다. 미안하다, 그렇지만 아빠 엄마도 요즘 옷을 안 산단다.), 세트 상품이란 것이 다 미묘하게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섞여 있어서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애초에 하나하나가 모두 매력적인 상품으로만 구성된 세트 상품이란 건 있기가 어렵다. 양말까지 해서 유니온의 옷 쇼핑을 처음으로 마쳤다.


- 쇼핑몰에서 출발하기 전에 아내가 유니온에게 분유를 먹이려고 시도했다. 나는 잠시 밖에 나와 있었는데, 기저귀 교환실에서 만나자는 아내의 전화가 걸려왔다. 유니온은 장난만 치면서 잘 먹지 않다가웃으면서 대변을 보았다고 한다.


쇼핑몰에서 집으로 출발하였다. 유니온은 스피드를 즐기는 편이다. 차가 달리면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있다가 그 표정 그대로 잠이 든다. 집 도착을 앞두고는 아무래도 차가 막히기 마련인데, 차가 자주 멈추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슬슬 짜증을 부리기 시작한다. 이날은 아까 제대로 먹지 않고 출발했기 때문에 배고픔까지 몰려드는 것 같았다. 아내가 카시트에 앉힌 채로 분유를 좀 먹여보려고 했는데 적당한 각도가 나오지 않아 어렵다고 하였다. 유니온은 단전에서부터 소리를 끌어올려 “으으으으으으응게에에에”하고 울음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그 소리가 너무 재미있어 운전을 하면서 유니온의 울음소리를 같이 따라서 내버리고 말았다. 내가 말하는 걸 보고 유니온이 따라 해야 할 텐데, 간혹 내가 유니온의 소리를 따라 하고 있다.


69일 - 새 옷 착용기

유니온을 깨끗이 씻긴 후 새 옷을 입혀보기로 했다. 깨끗이 씻기고 옷을 입혀본 것이니 혹시 사이즈가 맞지 않더라도 교환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라는 마음이었다. 유니온에게 첫 번째 옷을 입히면서 아내는 “게우면 안 돼~”하고 말하였고, 그 순간 유니온은 (오렌지 주스 영상처럼) 주르륵 분유를 게워냈다. 두 번째 옷을 입힐 때도 유니온은 똑같이 분유를 게워냈다. 유니온은 교환, 환불의 가능성을 없애버리고 새 옷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이제부터 이 옷은 제겁니다!


택을 모두 제거하였고 지금은 모두 세탁기에서 돌아가고 있다. 당장 내일부터 입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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